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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다 아름다운 풍경 “하회 십육경”
 
하회 십육경(河回十六景)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경치를 시로 지은 것으로, 서애 선생의 맏손자인 졸재(拙齋) 류원지(柳元之, 1598~1674)공의 작이라고 전해옵니다. 십육경 하나하나가 모두 수채화를 연상케 할 만큼 하회마을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경치이지만 잠깐 스쳐가는 길손들에겐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 입암청창(立巖晴漲) - 입암(형제바위)의 맑은 물 경치

 ■ 마암노도(馬巖怒濤) - 마암(갈모바위)에 부딪치는 성난 물결

 ■ 화수용월(花峀湧月) - 화산에 달이 돋는 경치

 ■ 산봉숙운(蒜峯宿雲) - 구름에 잠긴 마늘봉 경치

 ■ 송림제설(松林霽雪) - 만송정 숲에 눈 개인 경치

 ■ 율원취연(栗園炊烟) - 백율원(百栗園)에 연기 어린 경치

 ■ 수봉상풍(秀峯霜楓) - 남산 수봉의 단풍 경치

 ■ 도잔행인(道棧行人) - 상봉정 비탈길을 지나는 행인 구경

 ■ 남포홍교(南浦虹橋) - 남산으로 건너는 나루의 무지개다리 구경

 ■ 원봉영우(遠峯靈雨) - 원지산에 내리는 신령한 비 구경

 ■ 반기수조(盤磯垂釣) - 겸암정 앞 물가 바위에서의 낚시질 경치

 ■ 적벽호가(赤壁浩歌) - 부용대 앞 뱃노래 경치

 ■ 강촌어화(江村漁火) - 강마을 고기잡이배의 불빛 경치

 ■ 도두횡주(渡頭橫舟) - 옥연정 앞강을 건너는 배 구경

 ■ 수림낙하(水林落霞) - 수림에 떨어지는 노을 경치

 ■ 평사하안(平沙下雁) - 드넓은 강변에 내려앉는 기러기 구경

 
 ■ 입암청창(立巖晴漲) - 입암(형제바위)의 맑은 물 경치
‘입암’은 겸암 형제분의 부친인 입암 류중영의 아호다. 입암은 달리는 ‘형제바우’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삼 부자분의 바위인 셈이다. 거창할 듯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겸암정사 앞 물 가운데 그저 아담한 두 바위로 구성되어 있다. 입암은 만송정 뚝 길에서는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맑은 물 경치는 더욱 느끼기 어렵다. 이 경치를 보려면 겸암정에 올라야 한다. 계절적으로는 낙엽 진 겨울이 제격이다. 마을 쪽에서 볼 때와는 판이 한 바위 모양과 맑은 물 경치가 펼쳐진다. 특히 겨울철 바위 주위는 철새들의 낙원이 된다.  

■ 마암노도(馬巖怒濤) - 마암(갈모바위)에 부딪치는 성난 물결
마암은 ‘갈모바위’ 또는 ‘말바위’라고 부른다. 역시 물 가운데 있는 바위인데 바로 옆쪽의 살쾌바위와 나란히 서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암은 그 규모가 크며 삐죽하게 생겼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만송정 뚝 쪽에서 볼 때는 거대한 부용대 바위에 눌려 그렇게 대단해 보이질 않는다. 그렇지만 이 바위를 옥연정사에서 겸암정사로 난 바위 길에서 내려다 볼 때 그 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누가 바위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더라도 씩씩한 한 필의 말이 연상된다. 뛰어내려 힘차게 도약하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라면 달리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마암노도의 멋은 여름철이 제격이다. 강한 바람이라도 불면 강물은 이 우뚝한 바위에 산산히 부서져 흰 이빨을 드러낸다. 겸암과 서애 그리고 하회십육경을 제정한 서애의 손자 졸재가 이 바위 길을 수없이 오가며 계절마다 느꼈을 마암노도는 400여년이 흐린 지금에도 더욱 정겹다.
졸재의 기록에 보면, 이 바위를 장천암(障川巖)으로 개명하였다. 막을 장(障), 내 천(川), 즉 강물을 막는 듯한 바위라는 의미다.

 

■ 화수용월(花峀湧月) - 화산에 달이 돋는 경치

화수는 화산 산봉우리를 말하며 용월은 달이 힘차게 솟는 모양이다. 화산은 마을 뒤편에 있는 하회의 진산(鎭山)으로 그 웅장한 자태는 밤낮으로 보아도 그만인 산이다.
웅장하면서도 산봉우리는 완만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마치 따뜻한 고향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산이 화산이다. 그 화산 중턱에는 하회마을 입향조인 공조전서공의 묘소와 서낭당이 모셔져 있다. 그런 산 위로 둥근 달이 살짝 얼굴을 내미는 장면, 우리가 어렸을 때 마을가면서 느꼈던 그런 포근함이 있는 밤이다. 아직도 이 아름다움을 하회마을에서는 만끽할 수 있다.

 

■ 산봉숙운(蒜峯宿雲) - 구름에 잠긴 마늘봉 경치
마늘봉에 잠긴 구름. 이 아름다움을 만나자면 우선 마늘 봉우리가 어디 한 둘일까마는 다행히도 이 봉우리 위에는 한그루의 소나무가 우뚝해 찾기가 쉽다. 남산 쪽으로 바라보면 얼른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가 바로 마늘봉이다. 봉우리만 찾으면 안개를 만나는 일은 아주 쉽다. 안동지방은 강이나 내륙 할 것 없이 안개가 잦다. 안동댐과 임하댐이 건설된 이후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안동사람들에게 안개낀 경치는 그렇게 신비감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동양화 한 폭을 연상시키는 안개가 살짝 낀 경치는 아직도 충분히 아름답다.
이 봉우리 역시 ‘졸재집’에서 보면 만은봉(晩隱峯)으로도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속명 ‘마늘봉’에서 그 오음을 가차(假借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 송림제설(松林霽雪) - 만송정 숲에 눈 개인 경치
송림(松林)은 만송정 숲을 말한다. 만송정 송림은 당시에는 훨씬 규모가 컸던 것 같다. 만송정 숲은 사시사철 그 푸름을 자랑한다. 만송정 숲은 계절마다 그 얼굴을 바꾸지 않지만 그 항상성으로 인해 듬직함과 편안함을 함께 준다. 소나무는 녹색이다. 그 녹색이 은 흰색과 대비 될 때 더욱 선명해진다. 눈보라가 칠 때는 흰색과 녹색의 대비가 묘한 조화를 가져온다. 그러다 막 눈이 그치면 더욱 극명해지는 경치가 바로 ‘송림제설’이다. 송림제설은 바로 뒤편에 자리잡은 빈연정사에서 바라볼 때가 제격이다. 빈연정사는 겸암 류운용 선생이 거쳐하던 곳으로 문중의 많은 선비들이 즐겨 찾아 글을 읽었던 유서 깊은 장소다.
또한 만송정 송림을 겸암 선생께서 심은 관계로 대종택 입암고택에서의 보존에 대한 관심과 염려는 대단하다. 그 때문에 오늘의 만송정 송림이 있는 것이다.

 

■ 율원취연(栗園炊烟) - 백율원(百栗園)에 연기 어린 경치
하회마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켜 밤꽃이나 배꽃에 까지는 다다를 겨를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마을을 자주 찾다보면 조금씩 그 꽃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이 마을에 살면서 희로애락도 함께하면 온전히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충효당(忠孝堂) 노종부 박씨 부인의 일기에 보면 배꽃의 아름다움을 적은 대목이 몇 군데 보인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참으로 진한 것이어서 어쩌면 숙연하기까지 하다. “중춘(仲春)이 넘고 보니 꽃은 거지반 만개(滿開)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화(梨花)가 곱게 피었다. 복잡한 마음 불쾌한 기분도 이 꽃의 아름다움에야 어찌 위로가 되지 않으리….” 충효당 노종부의 글이다. 지금도 충효당 노종부가 거쳐하는 방 동쪽 문을 열면 늙은 배나무가 보인다.
백율원이란 밤나무 백 여 그루가 있었다는 동산이다. 그러나 백육원은 이제 마을 사람 뿐 아니라 세인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저녁이라도 하회마을에서 역시 밥 짓는 연기가 날 까닭이 없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경치는 다시 볼 수 없다. 사실 밥 짓는 연기는 시각적으로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어쩌면 후각이 먼저일지 모른다. 그 냄새, 그것이 고향의 냄새가 아닐까.
백율원에는 후대에 정자도 지어졌었다. 지금 그 정자는 하회마을 남촌댁 담 안으로 이건 되어 있는데, 백율원에 있었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백율원 터는 하회마을을 기준으로 보면 ‘남포홍교(南浦虹橋)’ 건너편에 백율원이 있었다. 지금도 그곳에는 여러 그루의 밤나무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아름드리 밤나무는 만날 수 없다. 강덕2리 속명 ‘저우리’로 가는 길을 따라 ‘상봉정’과 ‘돌고지’를 지나 몇 채의 인가가 있는 왼쪽으로 꺾어들면 백율원 터에 도달할 수 있다.

 

■ 수봉상풍(秀峯霜楓) - 남산 수봉의 단풍 경치
남산(南山) 봉우리는 참 아름답고도 포근하다. 강 뚝 안쪽인 마을에서 남산을 바라보면 화산이나 부용대와는 또 다른 멋을 간직하고 있다. 바위들, 뒤 팔선대(八仙臺) 위에서 화산이 보이고 부용대가 조금 멀게 느껴지며 황금 들판을 베개 삼아 마을이 비스듬하게 있다. EH한 흰 모래와 검푸른 강물, 그 위로 흰 물새가 유유히 날고 있는 경치다. 팔선대 주변에는 활엽수들이 유달리 많다. 특히 곱게 물드는 작은 활엽수들이 바위틈에 총생하고 있다. 서리라도 살짝 내리면 기암괴석의 암벽 가득히 단풍이 물들어 마치 비단을 펼친 것 같다고 한다. 단풍이 아니라도 아름다운 남산에 단풍까지 물들면 그야말로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기분을 함께 느낄 것이다.

 

■ 도잔행인(道棧行人) - 상봉정 비탈길을 지나는 행인 구경
마을 서남쪽의 가팔랐던 길을 ‘도잔’이라고 부른다. ‘도잔’이란 ‘잔도(棧道)’를 의하는 듯한데, 잔도란 산골짜기와 절벽 따위에 널빤지 따위를 놓아 선반처럼 나든 길을 말한다. 사다리 잔(棧) 자다. 달리는 붕(棚)이라고도 쓴다. 복도라는 뜻으로 쓰인다. 보통 복도는 각(閣)이라고 한다. 중국 무협지에 자주 등장하는 아주 험준한 길이 연상된다. 그러나 현재 이 지점을 보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회 서남쪽 현재의 상봉정(翔鳳亭)이 있는 쪽이 잔도가 있었던 지점이다. 원래 이곳은 ‘서애(西厓)’라고 불렀던 곳이다. 서애 선생의 글에서도, 지난날 부친을 모시고 이곳을 거닐었던 사실을 추억하고 있음을 볼 때 지금처럼 이렇게 삭막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하회 사람들은 남산 쪽인 앞개에서 배를 타거나 나무다리를 건너 이곳을 즐겨 찾았던 모양이다. 지금은 양수펌프장과 아스팔트 포장, 도로 주변의 옹벽 공사 등으로 예스러움이 완전히 가셨다. 더구나 행인은 이제 더욱 찾기 어렵다. 농촌의 이농현상이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이 길을 통해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또한 행인의 대부분은 자동차편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 남포홍교(南浦虹橋) - 남산으로 건너는 나루의 무지개다리 구경
뱃나들이는 마을 남쪽 강이 서로 마주 보는 지점에 있었다. 마을에서는 매년 가을과 겨울철이면 다리를 놓아 통행에 편리하도록 했다. 그 다리가 ‘무지개다리’라는 의미를 지닌 홍교다.

 

■ 원봉영우(遠峯靈雨) - 원지산에 내리는 신령한 비 구경
원봉은 원지봉(遠芝峯)을 말한다. 그 산에서 ‘원지’라는 다년생(多年生) 초본(草本)이 많이 나기 때문에 ‘원지봉’이라고 한다. 서애 선생이 지은 정자 역시 원지정사라고 이름 한 인연을 지닌다. 조선시대에는 ‘아지초’라고 했고 『동의보감』에도 소개된 식물이다. 높이는 약 30cm정도이고 뿌리는 굵고 길며 능선에 있다. 꽃은 7~8월에 자주색으로 피고 뿌리는 약용으로 쓴다. 약효는 거담작용과 정신안정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원지봉에 봄비라도 뿌려서 파릇파릇 정겹게 원지초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매년 불로 태워주었는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지초가 무성하게 자라지 않았다 한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풍경은 만날 수 없다.
봉우리 정상 부근에는 사과밭으로 개간되어 있고 밤나무와 비교적 키가 작은 소나무가 잡목들과 제법 우거져 있다. 또한 상봉정이 있는 서애 아래에 건설되어 있는 배수펌프장이 이곳에도 건설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진입로 일부는 시멘트로 포장까지 되어 있어 하회십육경에까지 들 정도로 아름다웠던 옛 모습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또 어떤 풀이 원지초인지도 희소해서 찾지 못했다.

 

■ 반기수조(盤磯垂釣) - 겸암정 앞 물가 바위에서의 낚시질 경치
겸암정에서 그 아래 강가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기는 하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일단 물가에 당도하고 보면 호젓한 강 가로 뜻밖의 널찍한 바위를 만나게 된다. 그 바위가 바로 소반 반(盤) 낚시터 기(磯), 그래서 반기다.
강물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지만 물새떼가 많이 몰리는 것만을 보아도 아직 오염이 안 되었고 먹이가 풍부함을 말한다. 옛날에는 다 그랬다고는 하지만 하회마을을 감싸 흐르는 이 강에는 물고기가 많았다고 한다. 꼭 고기를 많이 잡아야 맛은 아니겠지만 하여튼 천혜의 낚시터가 겸암정 아래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강 이쪽에서 낚시질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 그것이 바로 하회 십육경 중의 하나인 반기수조다. 오른쪽으로는 형제바위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부용대가 그리고 앞으로는 맑고 푸른 강물 저편으로 만송정 숲이 길게 보인다.

 

■ 적벽호가(赤壁浩歌) - 부용대 앞 뱃노래 경치

중국 삼국시대 오(吳)나라 장수 주유가 위(魏)나라 조조의 대군을 격파했던 전적지인 적벽. 이 적벽은 양쯔 강 연안에 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천하의 명문장 「적벽부(赤壁賦)」를 읊고 뱃노래를 한 곳은 같은 호북성이지만 현(縣)이 다른 장소다. 그러나 그 역시 ‘적벽’으로 천하에 알려져 왔다. 사실 문학 작품은 역사와는 얼마간 다른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천고 뒤에 나라마저도 다른 조선 땅 안동 하회마을 서쪽의 깎아지른 듯 한 벼랑도 ‘적벽’이라 이름하여 한껏 그 멋을 더했던 것이다. 적벽에는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 풍류다. 풍류에는 명문장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안동 가운데도 하회가 적격이었다. 아름다운 경치와 빛나는 문장이 어느 한 시대도 끊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민속놀이 장에서 자세히 설명한 ‘줄불놀이’는 ‘적벽호가’의 절정이라 할 것이다.

 

■ 강촌어화(江村漁火) - 강마을 고기잡이배의 불빛 경치
이 경치는 아마도 겸암·옥연 두 정사에서 밤중에 강과 마을 쪽을 바라보면서 느낀 것이라 생각된다. 한밤중, 때는 늦봄이나 이른 여름이면 제격이었으리라. 마을과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훌쩍 티끌세상을 떠난 듯한 그윽한 정취를 지닌 두 정사에서 저문 줄도 모르고 독서에 몰입하다 머리를 식힐 겸 잠깐 나와서 뜻하지 않게 만난 듯한 경치, 고기잡이배의 불빛은 참으로 따스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이제는 쉽사리 재현될 수 없다. 두 정사에 기거하며 한밤중에 마을을 바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 도두횡주(渡頭橫舟) - 옥연정 앞강을 건너는 배 구경
배의 이미지는 떠남과 머묾을 함께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배라면 떠남이 우선일 듯하다. 한 곳에 머물러 그저 물결에 일렁이고 있다면 어쩐지 처량해 보일 것이다. 뱃나루를 막 떠나 강을 가로질러 가는 배는 그래서 동적인 멋을 함께 지닌다. 아울러 강 저편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는 배에는 그리운 사람이 타고 있을 수도 있지 않는가. 그리움이 만수위 된 가슴을 안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두 정사 앞 높다란 대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맛,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수림낙하(水林落霞) - 수림에 떨어지는 노을 경치
수림(水林)은 겸암정사 서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물 수(水)자로 인해 다소간 뜻이 혼동되기도 한다. 우선 수풀 림(林) 때문에 물가에 있는 숲 정도로 해석하기 쉽다. 다행하게도 『졸재집』권10에서는 ‘수림은 산 이름이다’라고 주석을 달아 놓아 의문의 일단은 풀린다. 수림낙하는 겸암정 서쪽에 있는 수림산에 매양 해질 ‘녁이면 주변이 온통 붉어지는 경치를 말한다. 겸암정사 뒤편으로 올라서면 수리조합에서 가설해 둔 고가 도수로(導水路)와 접하게 되는데, 그 서쪽으로 멀리 봉우리들이 즐비하게 보인다. 해질녘에 그곳을 바라보며 소요하는 겸암 선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 평사하안(平沙下雁) - 드넓은 강변에 내려앉는 기러기 구경
평사는 만송정 앞의 모래밭을 말한다. 그곳에 하얗게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겨울이면 유유히 날다 사뿐하게 내려앉는 몇 마리의 기러기들은 늘 만날 수 있다. 하회마을 주변에는 마치 해수욕장의 모래밭이 연상될 만큼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풍경은 부용대나 남산 그리고 하산 정상에 올라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河回十六景>
 

 

 

      甲寅( 顯宗15년 1674년) 元月 下幹 陽溪散人 李 馥

졸재 류원지 공께서 76세때 그당시48세이던 양계산인 이복 공께 부탁하여 지었답니다. 



 

  1. 立巖晴漲    (입암청창)    맑은 날 강 가운데 선 형제바위

 

 

     岩岩入江中  (암암입강중)  물 가운데 선 두 바위

     終古聞江漲  (종고문강창)  태고부터 큰물 소리 듣는데

     漲立岩不沒  (창입암불몰)  큰물에 잠기지도 않고 서 있고 


     漲伏岩無恙  (창복암무양)  큰물에도 탈나지도 않고 엎드려 있네

     有如特立人  (유여특입인)  마치 큰사람이 버티어 서 있듯

     風波任所伏  (풍파임소복)  풍파에도 그 자리 지키고 있는데

     隻手回倒瀾  (척수회도란)  손수 물결 저어 엎어진 것 도로 세우고

     百川聽東障  (백천청동장)  학문의 흐름을 첫摸?길로 가게 하였네

     豈斯斧鑿能  (기사부착능)  누가 무엇으로 능히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偉哉眞可仰  (위재진가앙)  참으로 훌륭하도다! 우러러 보이네


    ※立巖 : 겸암정 앞에 있는 ‘형제바위’. 漲 : 물이 가득히 차서 흐르는 모습
      回倒瀾~東障 : 唐 韓愈(자 退之)의 ‘進學解’에 “障百川而東之 回狂 瀾於旣倒
     (여러갈래로 흐르는 물(老,佛등 사상)을 동쪽(儒學)으로 막아 흐르게 하고 미친 물결에
     넘어진 것을 다시 회복케 하였다)”에서 인용하여 東流하는 花川에 비유한 것임.


 2. 馬岩怒濤    (마암노도)     마암에 부딪치는 성난 물결

 

 

    造物爲此弄  (조물위차롱)   조물주가 이것으로 희롱하려는가

    土沙還非豪  (토사환비호)   토사는 크지 않아 붙여 주지 않네

    石盤楚堆馬  (석반초퇴마)   펑퍼짐한 바위는 초퇴마 같고

    波激吳江濤  (파격오강도)   물결은 성난 오강 물결일세

    聳觀勢奔猛  (용관세분맹)   솟는 물은 성난 맹수 뛰듯,

    亂耳聲怒號  (란이성노호)   귀에는 어지러운 소리를 지르듯 하고

    百日겁聞雷  (백일겁문뢰)   한낮에도 천둥치듯 무섭게 들리니

    長年驚避高  (장년경피고)   언제나 놀라 높은 곳으로 피하게 하네

    試問水落後  (시문수락후)   큰물 지난 뒤 물어 보련다

    何似蘇仙皐  (하사소선고)   소동파가 노닐던 언덕과 어디가 닮았는가 고

 

馬岩:부용대 앞 ‘갈모바위’.楚堆馬:不明(楚王 項羽가 탔던 말 (추:푸르고 흰말)를   가르킨 듯하다. 吳江:양자강 하류. (여기서는 項羽가 죽은 吳江인 듯).
      蘇仙皐:蘇軾(1036-1101, 호 東坡, 宋代 第一의 詩人)이 놀던 언덕, 「赤壁賦」로 유명하며, 芙蓉臺를 赤壁으로 보고 인용한 詩句임


  3. 花峀湧月     화수용월      화산에 솟아오르는 달

 


 

 

 

    舍東有花山   (사동유화산)    마을 동쪽에 화산이 있어

    山上完立月   (산상완입월)    봉우리 위로 둥근 달이 솟네

    月光滿江山   (월광만강산)    달빛이 온 강을 밝히니

    斗覺淸魂骨   (두각청혼골)    문득 내 마음도 맑아지네

    幾停謫仙盃   (기정적선배)    謫仙이 거듭 잔을 멈추고

    更探堯夫窟   (경탐요부굴)    또 다시 요부굴을 찾는구나

    夜喜天心到   (야희천심도)    한밤중 천심에 닿으면 즐겁고

    曉惜雲間沒   (효석운간몰)    새벽엔 구름에 잠기면 섭섭하네

    如此使作主   (여차사작주)    이같이 주인으로 모시며

    百年長對越   (백년장대월)    일생동안 마주보며 살겠네

 

花峀 : 화산. 斗覺 : 문득 생각남. 謫仙 : 하늘에서 지상으로 귀양 온 신선 즉 시인. 堯夫窟 : 착한사람이 사는 곳. 天心 : 임금의 마음, 하늘의 가운데

 

4. 蒜峯宿雲     산봉숙운     마늘봉에 서린 구름


 

 

 

  油然雲出峀   (유연운출수)   산에서 뭉개 뭉개 구름이 나오고,

  巍乎山入雲   (외호산입운)   뾰죽한 봉우리가 구름속으로 들어가네

  無心自朝暮   (무심자조모)   아침부터 해지도록 마음을 비우고,

  旦可消塵분   (단가소진분)   밤새워 쌓인 풍진 쓸어 없애네

  山能不負吾   (산능불부오)   산은 나를 맡아주지 않는데

  雲誰特贈君   (운수특증군)   구름은 뉘라서 자네에게 보냈나

  山外有喧爭   (산외유훤쟁)   산 밖에 다툼이 있어도,

  雲間無見聞   (운간무견문)   구름에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겠네

  早曉君其許   (조효군기허)   새벽마다 자네는 그곳에 있으니,

  一半吾願分   (일반오원분)   원컨대 절반만 나에게 나누어주게나

 

蒜峯 : 마늘봉, 달리 만은봉이라고도 부른다. 油然 : 구름이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모양, (외)乎山 : 다른 산보다 더 뾰죽한 산.


 5. 松林霽雪    (송림제설)     눈 개인 뒤 만송정 솔밭


 

 

    定鼎萬松樹  (정정만송수)   높이 높이 솟은 만그루 소나무들

    遠村臨江別  (원촌임강별)   저 멀리 마을 바깥 강변에 서 있네

    何處見奇姿  (하처견기자)   어디서 보아도 신기한 모습은

    歲寒初霽雪  (세한초제설)   바람찬 겨울 첫눈이 내린 뒤여서네

    群林百卉眺  (군림백훼조)   숲속 나무와 풀들을 바라보니

    索莫生意絶  (삭막생의절)   삭막하여 생기가 보이지 않고

    蒼髥帶玉立  (창염대옥입)   검푸른 수염에 옥띄를 두른 듯

    白鬚咽毛節  (백수인모절)   온 몸은 하얗게 단장하고 서 있구나

    恐與三春木  (공여삼춘목)   삼춘의 나무들이기 때문인가

    一倒看無別  (일도간무별)   석양볕에 한번보아 분별할 수 없네

 

  ※松林 : 만송정 소나무 숲. 亭亭 : 높이 솟은 무양. 白鬚咽毛節 : 수염, 목, 몸, 관절이 하얗게 보이는 모습. 恐與 : 아마도~겠지. 三春 : 봄철 석달(맹춘, 중춘, 환춘) 倒看 : 거꾸로 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비취다.

 

 6. 栗園炊煙    (율원취연)    율원에 오르는 밥짓는 연기

 

    遠郭園有栗  (원곽원유율)  저멀리 언덕의 밤나무 숲

    江村正炊烟  (강촌정취연)  강촌에 밥짓는 연기 오르네

    朝因洞霧凝  (조인동무응)  아침이면 골짜기에 안개가 모여들고

    莫逐峯嵐連  (모축봉람련)  저녁에는 봉우리 따라 아지랑이 이어가네

    依微春雨中  (의미춘우중)  봄비 내리면 아련히 보이고

    掩映秋霞變  (엄영추하변)  가을철 저녁엔 노을로 가려지네

    佳名賁晋里  (가명비진리)  이름도 아름다운 비(賁)와 晋(진)의 마을

    美實供周筵  (미실공주연)  좋은 열매로 때마다 상에 올리네

    老去脚自弱  (노거각자약)  늙어가니 다리가 약해져

    煩君數升傳  (번군수승전)  군들 수고로 몇 되 전해졌네.

 

율원 : 마을 북쪽에 있는 밤나무 골짝이. 莫(모) : 暮(저녁무렵)와 같음. 
의미 : 희미하게 보임. 賁(비) : 64卦의 하나(離下艮上의 象, 剛과 柔가 왕래 교착하며 무늬를 이르는 (象)상과, 晋(진) : 64卦의 하나(坤下離象의 象, 즉 지상에 광명이 나타나는 象). 煩君 : 자네를 번거롭게 하다.

 

7. 秀峰霜楓    (수봉상풍)    첫서리 내린 남산의 단풍

 

    江外용一峯  (강외용일봉)  강 건너 솟은 봉우리엔

    전厓合生楓  (전애합생풍)  산에도 벼랑에도 단풍나무 어울렸네

    벽려索洛之  (벽려삭락지)  담쟁이와 여지도 엉겨붙어 있어

    壁滿靑蒙蒙  (벽만청몽몽)  벼랑 가득 푸르름 일색이네

    淸霜一夜飛  (청상일야비)  하룻밤 찬 서리 내리니

    爛만堆新紅  (란만퇴신홍)  불타듯 새로이 붉은 빛 들어 보이네

    足以當春花  (족이당춘화)  마치 봄철 꽃 같고

    錦帳開空中  (금장개공중)  하늘에 펼쳐진 비단 휘장 같구나

    隨時助佳景  (수시조가경)  철따라 아름다운 경치 펼쳐지니

    亦見造化工  (역견조화공)  이 역시 천지의 조화가 나타남일세

 

      ※秀峰 : 남산. 벽려(벽려) : 담쟁이와 여주.
      索洛(삭락) : 새끼처럼 엉켜붙은 모양(洛은 絡). 蒙蒙(몽몽) : 빈틈없이 덮여진 모습

 

8. 道棧行人 (도잔행인)  상봉정 비탈길로 지나가는 나그네

 

    道棧懸郭外  도잔현곽외  저 건너 벼랑에 걸린 잔도에

    歷歷數行人  력력수행인  두어 사람 지나가는 것 보이네

    不知遠近向  부지원근향  가는 곳 어디인지 알 수 없으나

    但見往來頻  단견왕래빈  왕래하는 사람 꾸준히 보이네

    細雨或披蓑  세우혹피사  가랑비 오면 도롱이 걸친 사람

    斜陽時負薪  사양시부신  석양엔 땔감 진 사람도 가네

    路危無息肩  로위무식견  가파른 길 숨 몰아 쉬지 마소

    江幽稀間津  강유희간진  가물가물 벼랑길, 쉴만한 곳도 별로 없네

    靜坐較閑忙  정좌교한망  조용히 앉아 바쁘고 한가함 견주어보니

    無營則安身  무영칙안신  할 일없는 사람 몸 편안한 줄 알겠네


  ※道棧/棧道 : 벼랑에 가설된 비계 길. 歷歷 : 분명히 보이다.
    江幽 : 강이 아래로 가물가물 보인다. 間津 : 나루와 나루사이 다리

 

9. 南浦虹橋  (남포홍교)    남쪽 나루의 무지개

 

    南浦隔前江  남포격전강  남쪽 나루와 건너 앞 나루 사이

    臥波有長橋  와파유장교  강물에 길게 누어있는 다리가 하나

    每歲十月成  매세시월성  해마다 시월이면 생기는데

    晴虹不曾消  청홍불증소  날 맑아도 무지개 그대로 서 잇네

    行人未病涉  행인미병섭  나그네 걱정없이 건너는데

    舟子還停招  주자환정초  뱃사공은 불러 세우며 오라 하네

    截流勢甚壯  절유세심장  흐르는 힘센 강물막고 서 있으니

    濟物功亦要  제물공역요  물건 건너는 데에도 힘이 들겠구나

    我有題柱志  아유제주지  나는 글 지을 마음을 품고

    散步聊消遙  산보요소요  먼길을 즐기며 오고 가네


   ※虹橋 : 소나무를 베어 가설한 다리로써 시간이 흐르면 붉고 푸르고 갈색이 섞여서 무지개 같은 모습이다. 題柱 : 글

 

10. 遠峯靈雨 (원봉영우)    원지봉에 내리는 신령한 비

 

     小草有遠志  소초유원지  원지산에 있는 작은 풀

     峯上生無數  봉상생무수  봉우리 높이 무수히 자라는데

     邦人爲取新  방인위취신  사람들은 새것만 뜯고

     焚之除宿莽  분지제숙망  묵은 풀은 불로 태우네

     天心急洗痕  천심급세흔  하늘은 곧 흔적을 씻어 버리려

     知時零以雨  지시령이우  때따라 조용히 비를 내리네

     蔥천漸看長   총천점간장  푸른잎이 우거져 자라는 모습 보며

     悠然當我戶  유연당아호  유유히 나는 집에 돌아오네

     願爲良醫採  원위양의채  바라건데 진실한 의원이 뜯어가서

     使斯民病愈  사사민병유  백성의 병을 고쳐주면 좋으련만

   ※遠志 : 원지과의 다년생초, 뿌리는 강장제로 쓰임.
     宿莽(숙망) : 묵은 풀

 

11. 盤磯垂釣 (반기수조)    물가 반석에 있는 낚시꾼

 

     立岩下磯盤  입암하기반  형제바위 아래 물가의 바탕바위

     盤處宜垂釣  반처의수조  펑퍼짐한 곳 앉아 낚시하기 좋을시고

     不問餌有無  불문이유무  미끼야 있든 없든

     倚竿時一嘯  의간시일소  낚시대 드리우고 피리를 분다

     水淸知魚樂  수청지어락  물 맑아 고기 노는 것을 알 수 있고

     沙輕任風棹  사경임풍도  낚시줄도 가벼이 바람따라 흔들거리네

     行吟自忘機  행음자망기  시 읊조리면 낚시하는 일도 잊어버리고

     沙汀明返照  사정명반조  어느덧 모래위에 석양해가 비취이네

     此中興如何  차중흥여하  이런 때 일어나는 취흥을 무어라 할까

     回頭莞而笑  회두완이소  고개 돌리며 빙그레 웃음을 짓네

    ※盤磯 : 형제바위 곁의 바탕바위. 倚竿(의간) : 낚시대를 드리우고 그냥 두다

 

12. 赤壁浩歌 (적벽호가)    부용대에서 부르는 노래

 



  

 

     赤壁陟江上  (적벽척강상)  강 건너 솟아있는 적벽 위에서

     臨風撥浩歌  (림풍발호가)  바람타고 큰 소리로 노래 부르네

     歌聲滿天地  (가성만천지)  노래 소리 천지를 가득 채우니

     萬物於吾何  (만물어오하)  만물이야 어찌되든 무슨 상관 있으랴

     一歌聲正長  (일가성정장)  한가락 노래 소리 길게 퍼져가고

     再歌心更多  (재가심경다)  다시 한번 부를 마음 거듭 일어나네

     歌罷夢依然  (가파몽의연)  노래는 끝나도 흥은 남아 있어서

     羽衣飛相過  (우의비상과)  신선의 옷자락이 스치고 지나간듯하네

     何如壬戌秋  (하여임술추)  동파가 보았던 적벽은 어떠 했을까

     北岸今東坡  (북안금동파)  부용대가 바로 그 언덕일세

 

※赤壁 : 부용대. 壬戌秋 : 蘇東坡(參照 2 馬巖怒濤의 註)의「赤壁賦」즉 ‘壬成之秋 七月旣望 蘇子與客泛舟遊於赤壁之下’를 생각하며 읊은 것임; 東坡는 宋의 元豊5年(1082) 陰 7월 16일 밝은 달을 보며 三國의 영웅 魏王 曹操와 吳王 孫權을 생각하고 자신의 流人 신세를 비교하여 탄식하였다. 결국은 인생은 無常하다는 깨달음을 읊은 것이다. 蛇足이나, 그가 본 赤壁은 百萬 魏軍을 擊破한 古戰場은 아니었다.

 

13. 江村漁火    (강촌어화)    강촌의 고기잡이 불빛

 

     暝色迷江村  (명색미강촌)  강촌에 어둠이 깃 드니

     點點見漁火  (점점견어화)  점점이 나타나는 고기잡이 불빛

     明垂閃衆星  (명수섬중성)  뭇별이 내려와 반짝이며 불 밝히는데

     降照然群朶  (강조연군타)  붉은 빛 무리지어 빛나는구나

     散염或驚魚   (산염혹경어)  날라 흩어지는 불꽃에 혹여 고기놀랄까

     飛烟時繞舵  (비연시요타)  연기날면 때 맞추어 방향 돌리네.

     取適政如此  (취적정여차)  이같이 바르게 잡고 나아가면

     寓興無不可  (우흥무불가)  흥에 빗대어 못할일이 없겠지

     靜觀到夜深  (정관도야심)  조용히 바라보고 밤이 깊어지면

     濠上誰知我  (호상수지아)  물위의 누가 나를 알아볼 것인가


   ※江村 : 하회. 降照(강조) : 진홍빛으로 비취다.
     群朶(군타) : 무리지어 늘어서다.

 

14.渡頭橫舟    (도두횡주)   나루에 매어져 있는 배

 

境僻人事少少   (경벽인사소)            외진 곳에 사람 적으니 

 江山更淸幽   (강산경청유)         강산이 더욱 맑고 그윽하구나 

 無人來渡水   (무인래도수)          찾아와 물 건너는 이 없는 데

盡日橫波舟   (진일횡파주)          온종일 물가에 배만 외로히 누어있네

空將濟川具   (공장제천구)          빈 배는 건널 손 위해 갖추어져 있고 

 載沈還載浮   (재심환재부)      태우면 잠길 듯 하곤 다시 떠오르네 

 風過臥檣鳥   (풍과와장조)       바람 지나가면 돛에 새가 앉아쉬고 

 雨餘集沙鷗   (우여집사구)       비 온 뒤 모래톱엔 갈매기 모여드네 

 卬須我友涉   (앙수아우섭)       나는 내 벗이 건너기만 기다리고

舟子莫浪愁   (주자모랑수)        배 사공은 저녁 풍랑을 걱정 하네 

 

 *沙鷗(사구) :모래톱에 있는 갈매기. 卬須(앙수):내가~하기를 바라다.


 

 

 

15. 水林落霞    (수림낙하)    수리미 고개에 내리는 노을

    

     水林山色古  (수림산색고)  수림이 고개 산색은 예 대로이고

     今人幽想遐  (금인유상하)  시제 사람은 아득히 옛 일을 생각하네

     謙菴有遺燭 (겸암유유촉)  겸암이 남긴 자취 밟아보니

     骨構傳克家  (골구전극가)  부친이 물린 일 잘도 이어 다스렸네

     起亭五步內  (기정오보내)  정자에서 나서서 다섯 발자국 이내에

     新扁照水涯  (신편조수애)  새로이 단 액자가 물가에 비취네

     江山連有主  (강산련유주)  강산은 연하여 주인이 있어

     勝事堪成誇  (승사감성과)  빼어난 경치를 자랑스럽게 일구었구나

     何處更奇絶  (하처경기절)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울 것인가

     落日飛晴霞  (락일비청하)  해지면 맑은 노을이 날아드네

 

    ※水林山 : 겸암정 서쪽 얕은 산 이름. 骨構 : 아버지의 사업을 아들이 계승하여 성취함.

    堪 : 뛰어나다

 



  

  
 

 

16. 平沙下雁    (평사하안)    모래톱에 내리는 기러기

 

     秋江浩空明  (추강호공명)  가을 강은 넓고 하늘은 높고 밝은데

     何來遵渚雁 (하래준저안)  무엇따라 기러기는 이곳에 왔을까

     陣疑沙壅水 (진의사옹수)  모래톱 막힌 물을 의심하고

     行如肉貫串  (행여육관관)  한 줄에 꿰어진 듯 줄지어 날아가네

     衡陽聲不斷  (형양성불단)  형양 땅 그리는 목소리 끊이지 않는데

     瀟湘眼還慣  (소상안환관)  소상강 찾는 길 잊지 않고 예대로 돌아가네

     己飽江山興  (기포강산흥)  강과 산의 흥을 넘치게 보았으니

     豈謨稻梁喚  (기모도량환)  내 어찌 나락과 수수로 모이 줄 가보냐

     如能戒口腹 (여능계구복)  입과 배를 조심할 수만 있다면

     網羅非汝患  (망나비여환)  그물은 너의 걱정거리가 아니겠지 

 



  

 


    ※平沙 : 만송정 앞 모래톱. 渚안 : 물가의 기러기. 衡陽 : 湖南省의 한 城市, 衡山(五嶽의 하나)의 南方, 湘水 沿岸에 있음. 瀟湘(소상) : 瀟水가 湘水에 합류하여 湘水로 된 下流의 地方으로 洞庭湖에 가까운 지역, 瀟湘八景의 하나에「平沙의 落안」이 꼽힌다. 唐의 錢起의 歸안詩 “瀟湘何事等間回(소상에 무슨 일이 있는가 쉬며쉬며 돌아가구려)”에 인용된 기러기의 故鄕

 

이복(李馥 ; 1626∼1688)

이복(李馥 ; 1626∼1688)의 자는 면여(勉餘), 호는 양계(陽溪), 본관은 성산(星山)이다. 아버지는 상규(尙規)이다. 그는 송암(松庵) 이구(李坵)에게 경사(經史)를 배워서 궁리치지(窮理致知)에 힘썼다.
1651년(효종 2) 생원시에 합격하고 1654년 명경갑과(明經甲科)에 급제하여 사옹원직장(司饔院直長)이 되었다. 1658년 안동교수에 임명되고 1660년 전적(典籍)을 거쳐 감찰(監察)이 되고 이어서 예조정랑(禮曹正郞)이 되었다. 1663년 만항현감(萬項縣監)이 되어 치적이 훌륭하여 포계(褒啓)를 입고 호조좌랑(戶曹佐郞), 예빈시정(禮賓寺正), 사헌부장령(司憲府掌令)을 역임하였고 종부시정(宗簿寺正), 장악원정(掌樂院正)을 거쳐 동래부사(東萊府使)가 되어 통정대부(通政大夫)에 올랐다. 1679년(숙종 5)동부승지(同副承旨)에 올라 형조참의(刑曹參議)가 되었으나 반대당의 무고(誣告)로 삼강(三江)에 유배되어 1686년 흥양(興陽)에 이배(移配)되어 배소에서 졸하였다.

 

 

★ 위 時는 養眞堂에 懸額된 詩를 飜譯 한것입니다.


      하회문화지킴이  柳 永 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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